<지난호에 이어>
그 점에서 보면 일본도 아웃소싱 보다는 내부에서 모든 걸 계획·설계·시공하는 체계로 되어 있고 이와 관련하여 모든 것을 과(過)품질 정도로 과설계, 과시공함은 필연적으로 속도가 느리고 비경제적으로 되고 말아 일본이 그 점에서 미국에 뒤지고 마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 아닌가 판단되었다.

모든 것은 운영 시스템의 효율적 관리가 가장 문제일 텐데 적절한 아웃소싱과 적정 설계 개념, 적정 품질 개념이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800kV 시스템은 초기이고 초중요 전력계통 Backbone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고려, 약간 과품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실제로 여러 가지 안전율이나 설계 표준을 정함에 있어 일본 것을 많이 참조한 이유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설계 기준 및 안전율이 약간 높아짐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일본보다 우리 현실이 자재 및 공사품질 자체가 낮은 점을 고려한다면 이 점 더더욱 어쩔 수 없다 하겠다.

일본 자체가 약간 고품질 되어 있음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안전율은 결국 일본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미국 방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New York 시내 한 본판의 345kV급 변전소를 방문하였는데 Control Room의 정리정돈 상태가 엉망인 상태이고 구내 정비 상태도 실망할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아마도 여러 사람 문책 감이었지만 미국은 아마도 실리 위주, 경제성 위주로 운영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1993년 확정된 765kV Route는 당진 T/P에서 서울 남부지역 변전소까지, 울진N/P에서 태백지역까지 345kV로 운송해 와서 태백지역에서 서울 동부지역 변전소까지 2개 Route로 약 350km가 되었다.

민원과 지역 특성 등 여러 가지가 고려 검토되고 현지 답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서울 남부 지역 변전소로 신안성S/S를 확정하여 당진T/P~신안성S/S 선로가 확정되었고 통과지역은 평택지역을 바로 횡단 통과하지 못하고 예산~천안을 거쳐 ‘L’자형으로 우회하였다(약 160km).

이는 평택지역이 시가지화 되어 있고 또 비행장이 있을뿐더러 인근에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우회가 불가피 했으며 또한 동남부지역으로의 분기 및 연결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적정한 Route 선정이라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T/L 공사비 면에서는 엄청나게 늘어나므로 그 타당성 용역까지 시행, Route를 확정하였었다.

동부 Route는 태백시에 신태백S/S를 선정하고(민원이 강력히 제기됨에 따라 몇 차례 이동은 있었지만) 서울 동쪽 가평 지역에 신가평S/S를 선정하여 신태백~신가평S/S Route 약 180km를 확정함으로써 1차 765kV T/L 건설 물량은 약 340km가 되었다.

그러나 그 후 변전소 부지 및 Route 확정에 따른 민원이나 실제 공사가 시행됨에 따라 일어나는 민원은 수 없이 많았으며 그 애로는 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 한전 측의 민원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도 대단하였다. 우선 수목전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목고(이격거리)를 되도록 크게 하고 진입도로의 산림훼손을 최소화하는 기법 등을 개발하고 지역 협력 등 토지 보상 방법 등에 있어서도 과감히 시행함은 물론 관련 민원인이 불리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하였었다.

1995년 1월 드디어 공사 시행 사업소로 765kV건설처가 발족되고 예하 동부(신태백~신가평 T/L 건설담당) 및 중부(당진T/P~신안성 T/L 건설담당) 건설소를 두기로 했으며, 건설처 본부에는 4개부(총무, 토목, 송전, 변전)로765KV추진부(송전, 변전, 통신)에서 추진하던 업무를 이어서 세부 Route 확정에 따른 설계와 용지 확보 등 사업시각에 따른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을지로 별관에 본부 위치).

초대 765kV건설처장으로는 김세일 씨가 승진 기용되었으며 4개 부장도 일당백의 용장들이 기용되어 힘찬 업무추진이 개시되었다. 1995년에는 1996년 착공을 앞두고 800kV 시스템의 모델이 되는 일본의 500kV 및 1,000kV 설비의 견학이 필수적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일본 출장을 추진하여 김세일 처장, 추진반장인 나, 건설처의 김우겸 송전건설 담당과장 세 명이서 1995년 9월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NGK(765kV T/L용 애자 공급처)와 철탑승강기 관련 일본 메이커도 방문하고 동경전력과 관서전력을 방문하여 1,000kV 건설 현장과 500kV T/L 설비를 견학하였다.

1,000kV 건설 현장은 소구간(10여km/구간)으로 나누어 시공하고 있었는데 품질 관리를 위한 배려가 곳곳에 배여 있음도 보였다.

특히 시공감리를 위해 시공사 합동으로 품질관리 팀이 구성되어 이를 전담하고 있음도 특이하였다.

시공사 선정도 기술부서에서 예비 PQ 심사 같은 과정을 거쳐 공사 시공능력 위주로 선정하는 듯 했으며 시공사들도 서로 간 과당 경쟁 없이 공사능력이 있는 업체는 공히 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았다. 하청 등은 생각할 수 없고 서로 간 업체 능력에 따라 공사 규모가 정해지는 것 같았다.

1,000kV 선로는 우리 800kV 선로보다 굵은 800㎟×8B가 되어 탑고도 평균 20m 이상 높았기 때문에 시공의 어려움이 우리보다 3~4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들의 500kV 시스템 시공경험과 철저한 준비로 이러한 난공사도 가능한 것 같았다.

관서전력을 방문하여 500kV 시스템을 보니 우리의 765kV 시스템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전압은 조금 낮았지만 부재가 강관형이고 선종·조수 등이 우리보다 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철탑 높이나 하중 등이 비슷한 결과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현장에 가다보면 산등성이에 철탑이 일렬로 쭉 늘어선 곳도 더러 있었는데 일본도 민원은 많지만 서로 간 충분한 협의로 합리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 같았고 다만 우리 같이 지역 협력 사업 등은 없는 것 같았다.

이는 충분한 공사기간을 가지고 용지 협의를 하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나고야에 있는 NGK 공장을 방문해 보니 이 역시 일본 특유의 품질 관리에 온 신경을 쓰는 것 같았으며 세계적 애자 메이커이긴 하지만 오래된 메이커이기 때문에 시설 전체는 약간 노후 된 듯 보였으나 설비의 관리를 철저히 하여 전체적으로 깨끗한 인상을 받았다.

서서히 애자 사업의 사양화에 대비, 특수물질 개발 등으로 다음 사업에 대비하고 있었다.

8~9일 정도의 일본 방문으로 설비의 건설현장을 직접 봤기 때문에 개념 정립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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