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파워 강화로 사우디 견제한다

지난 10월 10일 미국의 상하 양원은 대통령이 “필요하면서 적절하다고 판단한 경우”이라크에 대해 무력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는 법안이 압도적 다수로 가결됐다.

한편 미국은 10월 23일 무력 행사를 반대하는 프랑스나 러시아와의 타협을 도모하기 위해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 새로운 이라크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만약 안보리에서 합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 영국 등의 지원을 얻어 단독으로 이라크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결의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후세인 정권의 타도에 집착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은 이라크가 보유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대량 파괴 병기(생물, 화학, 핵)의 무장 해제를 행하고 그것들이 테러집단의 손에 건너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걸프전쟁의 정전결의에 위반하고 대량 파괴병기의 개발을 계속해 왔던 후세인 정권의 타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무장 해제를 대의명분으로 한 후세인 배제는 미국의 중동 책의 최대 과제로 이스라엘 국가의 안전보장의 확보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중동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한 이라크에 대해 미국의 정치적·군사적 존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1978년의 호메이니 혁명을 계기로 이란과의 대립을 계속해 왔던 미국에 있어 9·11테러 사건으로 오사마 빈 라덴 등의 테러범 대부분이 사우디 사람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관계’의 재평가가 필요해지고 있다. 만약 후세인 체제에 대신한 친미적인 정권을 수립할 수 있으면 사우디 및 이란의 정치 체제의 ‘민주화’를 추구한 다음 큰 압력이 된다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강해지면 사우디의 오일 파워를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분석도 있다. 후세인 정권은 러시아, 중국, 프랑스의 석유기업에 우선적인 유전 개발권을 보여해 왔으며 국제연합(UN) 상임이사국의 분단 화정책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행동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친미적인 정권을 수립할 수 있으면 미국의 강한 영향하에서 외자도입이 쉬워지고 이라크의 유전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라크의 생산능력은 4∼5년 사이에 현재의 약 300만 배럴(1년)으로부터 500∼600만 배럴까지 확대되고 사우디에 있어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미국은 새로운 에너지의 공급지역으로서 러시아나 카스피해 주변, 서아프리카의 석유·천연가스의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대 테러전쟁에서 전략적 파트너쉽의 관계를 강화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10월에는 휴스턴에서 장관이나 메이저의 간부 등이 모여 에너지 분야에서의 투자촉진과 러시아의 석유나 천연가스의 수출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협력을 시작했다.

이와 같이 후세인 정권의 배제를 목표로 한 미국의 목표에는 반 테러 전쟁으로서의 대량 파괴 병기의 폐기와 이스라엘의 안전보장 확보와 더불어 이라크의 석유확보를 둘러싼 국익의 추구가 내재돼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의 전개에 의해 세계의 석유·에너지 지도가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농후해 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