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용 공공부문 개혁 논의 문제 있어
공공성에 초점 두는 사업부 운영 필요
조합원 원한다면 삼선 출마 검토할 것
 

▲ 김주영 위원장
배전분할 중단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여러 난제를 헤쳐 나온 전국전력노동조합(본부 위원장 김주영)은 이제 대내적으로는 정년연장 합의에 따른 세부사안 논의, 대외적으로는 대선 정국에서 또다시 불거지고 있는 공기업 구조개편 움직임에 대해 바쁘게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한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합리적 노사관계의 정립이 필수적이다. 합리적 노사관계는 노와 사 어느 한쪽의 독주로서는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합리적 노사관계를 통해 한전을 ‘세계 최고의 전력회사’로 만들기 위한 열쇠의 한쪽을 잡고 있는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 전력신문 창간 6주년 특집 인터뷰에 응해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김주영 위원장의 두 번째 임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소감과 인상 깊었던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 먼저, 전력신문 창간 6주년을 전 조합원과 함께 축하를 드립니다.  전력계의 정론지로서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임기에서 배전분할 중단이라는 큰 성과가 조합원의 압도적 지지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약 5년여 동안 2만 전력인들의 권익을 책임져야할 위원장으로서 많은 고민과 갈등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국민들이 요구하는 공공부문 종사자에 대한 많은 과제와 부정적 여론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가 라는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배전분할 중단이후 우리에게 주어졌던 사업부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외부에서는 개혁과제로, 우리 내부에서는 사업단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노사간의 합의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부와의 관계도 문제였죠.
어쨌거나 이런 내외부의 다양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노사정간의 합리적 조율을 통해, 그리고 내부의 의견수렴과 토론으로 합의를 이뤄내고 성공적으로 도입한 것은 한전 노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큰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 작년에 치룬 전력노조 60주년 기념행사 등 임기 중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첫 번째 임기 때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제 임기동안 전력노조의 60년을 맞이했다는 감회는 아마 무엇으로도 바꾸기 힘든 소중한 기회이자, 큰 경험이었습니다.  2002년 첫 임기는 절박함에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한전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였고, 노조의 조직력이나 대외적인 교섭력 부재, 그리고 무엇보다 조합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상실 등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리가 목표했던 ‘배전분할저지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은 집행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노동계가 이를 평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마 기념비적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임기에 가장 큰 성과는 물론 사업부제 도입이겠지만, 더불어 주 5일제 도입, 노사관계 로드맵, 비정규 문제 등 노동환경의 급변속에서 ‘공공부문 대기업 노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이런 환경변화 속에서 내부적으로는 임금과 근로조건의 획기적 개선을 이뤄냈고, 2005년 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이어 올해 3월 비정규직 직원인 영업사무원, 촉탁직의 정규직화를 비롯해 이 달에는 일용직 직원을 포함한 기타 많은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것을 큰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최근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바라보면서 어려운 가운데에도 공공부문 노조가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대선 등 향후 전력노조의 주요계획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여러 대선 후보들의 캠프에서 소위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대국민여론 선점을 위해 공공부문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개혁할 것은 해야겠지만 선거를 위한, 표를 의식한 희생양으로서 공공부문 개혁을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선과정에서 한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 특히 개혁운운하면서 잘못된 구조개편, 민영화 정책을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동영 후보를 만나서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후보 캠프뿐만 아니라 정당 정책팀과 개별의원까지도 만나 전력노동자의 의견을 전달하고 대선공간에서 한전이 호도되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전력산업의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 한전의 독립사업부제 시행이 만 1년이 넘어갔습니다. 독립사업부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지,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노조에서 가장 우려한 부분은 역시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국민과 우리 사회에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문제였습니다. 그 때문에 지역별로 분할해서 경쟁을 하겠다는 사업부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죠.
도입과정에서도 조합에서는 경쟁위주, 수익성위주의 사업부제 운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노사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시행과정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쪽으로 정리되면서 사업부제가 도입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큰 시행착오는 발생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업부간의 경쟁이 오히려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훼손하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특히 지나치다 싶을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는 문제는 효율성을 해치게 되고 오히려 ‘경쟁을 위한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사업부간 경쟁보다는 공공성에 초점을 두는 사업부 운영이 이뤄져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부는 얼마 전 한전 KPS의 상장을 결정하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부가 신중해야 합니다. 한전KPS는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업입니다. 이런 알짜배기 기업을 상장하는데 있어서 그 목적이 ‘증시 살리기’라고 한다면 이건 정말 본말이 전도된 정책입니다.
세계 최고의 정비기술을 가진 기업을 국민적 동의는 물론, 노사의 의견조차 무시하고 재벌이나 외국자본에게 팔아넘긴다면 그야말로 헐값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때는 국민의 편에 서서 정말 좀 신중하게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남북 전력협력 사업과 해외와의 협력사업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 북미간의 핵 공방도 그 중심에는 역시 에너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 만큼 전력은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통일을 위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경수로 사업이나 개성공단 전력공급사업이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 속에서 추진돼 왔고, 일정부분 성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기본적 입장은 통일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력으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고, 이를 기반으로 북한경제의 자립기반구축과 성과가 이뤄지게 되면 통일이 좀 더 빨라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해외 노동 분야는 40년 이상 일본과 대만의 전력노조들과 교류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러시아와 새로운 교류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이라는 세계적 조류 속에서 전력노동자간의 연대와 협력체제는 큰 역할을 해왔고, 특히 저희들이 약 세 차례에 걸친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해외 구조개편 관련 학자, 시민단체, 노동계 인사들과 연대를 함으로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구조개편 정책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의 원칙은 연대와 단결 아니겠습니까. 전력노조는 세계적으로도 국내에서도 노동자의 연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전력연대 활동도 그런 맥락에서 우리의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전력노조는 사측과 2009년부터 정년연장을 한다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세부 협의를 해 나갈 생각입니까.

- 정년연장문제는 전력노조만의 문제도, 노동조합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풀어나가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데 정말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대로 방치한다면 아마 불과 20~30년 후면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저는 장담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이런 문제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정년연장의 원칙에 합의했던 것입니다. 
물론 시행에 앞서 해결돼야할 과제도 많습니다.  인사적체의 문제, 그리고 직무에 관한 문제, 나아가서 급여에 관한 문제 등 노사간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지만, 정부가 적극 나서줘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해결과제를 중심으로 내년부터는 세부 시행방안에 대해 노사교섭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 내년에 있을 전력노조 본부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실 지 궁금합니다.

-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사실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더 잘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것은 아마 인지상정이겠지요. 지난 두 번의 임기동안 조합원들이 제게 압도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조합원들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그 만큼의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큰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환경변화가 있을지 모릅니다. 예상컨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나면 한전에 대한 많은 요구들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 저의 가장 큰 걱정과 고민이 바로 우리 한전에게 닥칠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노조가 풀어나가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조합원들이 이런 어려움들을 해결하는데 저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면 저 또한 신중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두 번의 임기를 마치는 위원장으로서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전력노조, 나아가 한전을 그야말로 탄탄한 반석 위에 올리는 책임을 제게 준다면 저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 노조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씀과 전력계에 바라는 말씀이 있다면.

- 노동운동이 참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노동조합의 조직률 하락이 심각히 진행되고 있고, 나아가 노동자 내부 또한 연대가 이뤄지지 않고, 시민사회와의 단절이 노동운동을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사회개혁의 당당한 주체로서가 아니라 이제는 그야말로 기득권층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전력노동자들이 이러한 제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생각하고 좀더 진정성을 가진 노동운동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전력산업의 정책에 있어서도 우리가 원하는 공공적인 전력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직장과 일’로서가 아니라, ‘인권으로서의 전력’,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전력산업을 위해 우리의 생각을 좀 더 넓혀 나가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력계에 대해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좀 더 목소리를 높여 주셔야 한다는 부탁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한번 잘못된 정책은 돌이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력산업을 관료와 몇몇 정치교수들에 맡겨서는 정말 안 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었던 전력산업을 이만큼 키워왔던 전력산업계가 스스로의 권리로서 올바른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전력노동자 뿐 아니라 전 전력계가 하나가 돼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창간 6주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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