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거래소 정보기술처 IT기획운영팀 손윤태 부장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사용자 위주의 세계표준 마련한다.

▲ 손윤태 부장
지난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동안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CIGRE 워킹 그룹(WG #D2.24) 회의를 다녀왔다. 밴쿠버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잿빛 하늘과 함께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캐나다의 아름답고 고운 단풍은 거의 지고 뒤늦게 물들은 단풍들만이 스산한 가을바람에 힘겹게 매달려 있다. 밴쿠버는 북 위도에 위치하고 있으나 해양성 기후로 인해 겨울에는 온화하고 여름은 시원하다. 또한 다양한 자연환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7대 도시 중 하나이다. 그러나 10월부터 2월까지는 자주 비가 내리는 우기로 회의기간에도 계속 흐리고 비가 내려 밴쿠버의 쪽빛하늘을 볼 수 없었던 것은 큰 아쉬움이었다.

CIGRE 회의 첫 날, 세계 각국에서 모인 워킹그룹 멤버들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있었다. 전력회사와 전력거래기관, 전력IT솔루션 개발 및 컨설팅업체 등에서 계통운영, 시장운영 및 IT업무를 수십년간 업무를 수행했던 그 분야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이번 CIGRE 워킹그룹 회의는 태평양 연안에 있는 캐나다 서부지방 송전망을 운영하는 브리티시콜럼비아 송전회사(BCTC)에서 개최했다.

3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야말로 실용적이고 실무적인 회의의 연속이었다. 먼저 참석자 전체가 모여 공통적인 사항에 대하여 토의를 한 후 5개 분과로 나뉘어 분과회의를 한다. 각 분과의 리더는 자발적 희망에 의하여 선정되고 나머지 참석자들은 관심분과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한다. 각 분과에서 토의한 사항은 전체 참석자들이 모여 종합회의를 통하여 의견이 다시 조율된다. 식사도 회의장 한 켠에 마련된 간이식당에서 배식받아 회의장 탁자에서 쪼그리고 앉아 해결하고 쉬는 시간에도 각국의 계통운영 및 전력시장운영 환경과 경험에 대하여 끊임없는 대화가 오고 간다. 그야말로 끝장토론이다.

▲ BCTC의 Jane Peverett 회장이 CIGRE회의에 앞서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CIGRE는 대전력망 운영 및 전기·에너지 기기를 생산하는 세계 유수의 기업체와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제전력기술회의체로서 1921년 창립돼 관련 분야의 기술개발을 이끌어온 단체로서 파리에 본부를 두고 세계 80여 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기구이다. CIGRE 산하의 워킹그룹(#D2.24)에서는 21세기형 에너지관리시스템(EMS : Energy Management System)의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시스템 요구사항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기 위한 실무회의체이다. 현재 미국 PJM, 전력거래소 등 전력관련회사, ABB 등 시스템제작사, KEMA 등 컨설팅사와 택사스 A&M 대학 등 총 34개 회원사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본 워킹그룹의 형성배경에는 관련 전력IT분야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계유수 제작업체들이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데서 결성되었다. EMS 등과 같은 대규모 전력IT시스템은 교체주기가 10여년이 되고 시장도 협소하여 ABB, AREVA, GE 및 지멘스 등 세계적으로 4개 업체에서만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전력 계통규모에 적합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소홀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 구축시 사용자들의 요구사항도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또한 업그레이드 및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도 원활하지 못하였고 구축 및 유지관리비용도 상당히 높았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전력회사들이 주축이 되어 시스템 구축시 표준설계 규격을 적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위주의 표준 아키텍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21세기형 EMS 아키텍처 표준설계 기준 마련을 위한 워킹그룹은 5000만㎾ 이상의 대전력 계통운영자(VLPGO) 최고경영자 회의의 결의로 2003년 10월 결성되었다. 그러나 다양한 전력회사와 제작사를 함께 참여시켜 보다 합리적이고 유용한 표준아키텍처를 만들기 위하여 CIGRE와 VLPGO의 동의에 의하여 2007년 1월에 CIGRE 워킹그룹 D2.24로 통합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또한 2007년 7월에는 북미지역의 ISO/RTO(독립계통운영자/지역송전망운영자)가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표준아키텍처(EAS) 프로젝트도 CIGRE 워킹그룹 D2.24에 포함시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워킹그룹 D2.24는 5개의 분과(TF)로 구성되어 있다. 제1,2분과(TF1,2)에서는 각 분과간 업무를 조율하고 아키텍처 공통요구사항을 문서화 한다. 즉 최상위 레벨에서 어플리케이션, 정보, 보안, 플랫폼, 네트웍, 재해관리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아키텍처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표준화는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제3분과(TF3)는 비즈니스 절차 및 서비스 표준안 설계하는 분과이다. 전력계통, 시장운영 및 전력설비 계획에 대한 핵심 업무절차 및 서비스항목들을 정의하고 표준화 한다. 제4분과(TF4)는 전력계통 및 전력시장의 응용기술 표준안 설계, 제5분(TF5)는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표준안을 통합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에너지관리시스템 설계기술은 방대한 데이터의 수집 및 처리, 실시간 급전 및 계통해석 등 고난이도의 알고리즘 적용되는 기술로서 전력I분야에서도 최정점에 있는 기술분야다. 따라서 워킹그룹 멤버로 참여하는 회원들은 해당 분야에 많은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 CIGRE 워킹그룹회원들이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다.
이번 워킹그룹에서는 사용자 일방의 표준안이 나올 경우 너무 이상적인 표준안이 되어 실제적인 구현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제작사의 분야별 아키텍처 설계 전문가들도 참여시켜 상호협력해서 쌍방이 공감하는 표준안을 만들기로 하였다.
한국형 에너지관리시스템(K-EMS)의 국산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전력거래소는 EMS의 표준화 기술동향을 수집하고 이를 K-EMS에 반영하기 위하여 제1~5분과의 모두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CIGRE 워킹그룹 밴쿠버 회의에서는 아키텍처 요구사항 및 업무절차에 대한 표준화 항목을 선정하고 검토하였다. 또한 표준호를 위한 각 항목별 리더와 참여자을 선정하였으며 표준안에 대한 문서화 일정을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EMS 아키텍처 요구사항에 대한 최종본이 올해말 경에 공개될 예정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표준 초안이 작성될 예정이다. 한편 내년에도 워킹그룹 표준화 실무회의가 각 대륙을 순회하며 약 3회에 걸쳐 시행될 예정이다.

세계는 지금 표준화 선점을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전력IT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EMS 설계 세계표준을 만드는 본 CIGRE 워킹그룹회의에서 주요 EMS 제작사들이 제품개발 로드맵과 연계한 자사 기술이 표준화에 반영시키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사용자 측면에서도 북미 최대의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PJM이 본 워킹그룹을 주도하고 있지만 전력사가 다수존재하고 시스템구축 수요가 많은 북미지역 회원들이 표준화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전력산업분야에서도 개별기술의 융복합화로 구조가 복잡해지고 설비간 연계가 필요함에 따라 호완성과 연계성 확보를 위하여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차원에서 전력IT산업의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전력IT산업계의 참여가 저조하여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EMS의 경우 전력거래소에서만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국내 수요창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계표준화를 주도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EMS를 국내기술로 개발하고 있고 향후 사업화하여 동남아 등  해외에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세계표준화 및 기술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여
EMS 개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전력IT 산업계도 최근의 세계 표준화 동향을 발맞추어 표준화 워킹그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자사의 기술이 표준화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전력IT 전문가들이 많이 배출되도록 국내외 IT 심화교육, 해당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경력관리 제도 운영 등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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